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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어버이날이 옵니다.

 

2024년 어버이날이 옵니다.

 

2012년 5월 8일,

 

오늘도 저에게는 참 행복한 어버이날입니다.

80이 이미 넘으신 아버님, 어머님이 아직은 건강하십니다.

 

부모님은 너무나 불효한 못난 자식을 두셨습니다.

부모님이 고향 진도(珍島)에 계시고 저는 서울에 살고 있다 하여

그동안 모든 부모님이 가슴에 달고 계시는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 드리지 않습니다.

 

어제 저녁 아버님과의 전화에 어머님 대변(大便)에 피가 묻어나와 병원에 다녀왔지만 걱정이 된다 하셨습니다. 며칠 지나 차도가 없으면 서울로 올라갈까 한다 하셨습니다.

 

대변에 석인 피의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면 장(腸)에서 묻어나는 피가 아닙니다. 어머님이 무리하셨거나, 변비로 인한 항문 상처이니 처방 받으신 약을 1주일 드시면 괜찮을 것입니다. 당장 내려가 모시고 올라와 큰 병원 진찰을 받으시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버이날 전날 밤, 나이 50중반의 아들이 80을 이미 넘기신 부모님께 드린 마음입니다. 이 순간에도 학업 관계로 함께 살고 있지 않는 나의 20대 아들, 딸에게서 ‘ 어버이날 ’ 안부 전화는 오겠지, 기다렸습니다.

 

말로는 부모님 생전에 불효를 조금이라도 덜 하자 남들 앞에서 떠들어 대지만, 일 년 365일 중 어버이날 단 하루도 챙겨드리지 못하는 참 잘나고 잘난 아들입니다. 너무나 불효한 못난 자식, 올해 어버이날도 찾아뵙지 못합니다.

 

스물아홉에 결혼 하면서 내 나이 환갑이 될 때까지, 부모님이 30년을 더 사신다 하여도 한 지붕 아래서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계산하였더니, 일 년에 10일이면 30년을 곱해도 365일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짧고 별거 아닌 숫자이기에 이 날만큼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 자신과 약속했지만 30년이 얼마 남지 않는 어버이날에도 너무나 불효한 못난 자식 부모님께 용서를 비나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제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년 5월 달력을 펼치며 부모님이 그리워 간간히 몇 글자 적어보던 낙서장을 펼쳐보니 가슴이 메입니다. 아버님이 2020년 3월에 어머님이 같은 해 8월에 제 곁을 떠나신지 벌써 4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느 자식이나 똑같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님 생각이 더욱 깊어지며 새록새록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남들처럼 당당하며 자랑스러운 아들이 단 한 번도 되어 드리지 못했고 늘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걱정만 끼쳐드렸으니 때 늦은 후회를 하며 한없이 서글픕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이번 어버이날에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불효자식 용서를 비는 마음보다는 내 자식이 가슴에 달아줄 카네이션을 더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득만 쫒아 사는 사람살이이기에 이 순간이 지나면 부모님 생각은 뒷전이겠지요!

 

생전에도 작은 것 하나 불효를 덜어드리지 못한 못난 자식인데,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지금도 어쩌면 나의 마음은 나의 허전함을 말하면서도 부모님 전에 엎드려 용서를 빌지 못할까요?

 

내년에도 그 다음해 그 다음해에도 5월이 오고 어버이날이 되면 나는 반복하며 지금 이 짓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불효자식을 이제 그만 염려하시고 극락왕생하시옵소서.

빌고 또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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