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윤영선
하던 일 끝마치고 대청에 서성이다
비 개인 대밭 너머 산뜻한 쌍무지개
친구야, 마당에 걸어놓고 신나게 줄넘기하자
쉬는 시간
윤영선
얘들아 비가 온다, 나가서 놀자꾸나
수업 종 소리 나니 선생님 발걸음 소리
후다닥 아이들 제자리에, 설레었네 마음만
밭매러 가셨나요
윤영선
고향에 내려오니 옛집만 덩그러니
김 서린 찻집에 앉아 어머니 더 그리워
창문에 쓰고 지우네, 밭을 매러 가셨나요
길 무덤
윤영선
김 팔러 시장 간 엄마 젖 불어 총총 오시네
날짐승이 땅 파헤칠까 길에 묻은 길 가 무덤
아가야 젖 불었단다, 한 모금만 먹어보렴
삼각산 바라보며
윤영선
미아역 6번 출구 집으로 향하는 길
병풍처럼 둘러 펼친 청청청 푸르른 산
막혔던 눈과 코와 귀, 오감이 다 뚫리네
오월, 마지막 날
윤영선
초록빛 오월이여, 넌 가고 나는 있네
숲마다 푸른 새들 메아리 불러모아
벗 삼자 우리 모두 함께 오월 속에 묻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