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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절창 Ⅳ

 

절창 Ⅳ

 

절창(絶唱)은 노래를 뛰어나게 잘 부른다는 뜻이다. 국립창극단에서 절창 의미를 가져와 우리소리의 미래를 짊어질 20~40대 최고의 젊은 소리꾼을 발탁하여 전통 판소리에다 현대적 감각과 참신한 구성을 바탕으로 무대를 꾸미고 소리꾼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관객과 더 가까이 다가가 판소리와 창극의 묘미를 함께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탄생시켰다. 2021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한 작품을 선보이며 2024년 < 절창 Ⅳ >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 올렸다.

 

2021년 < 절창Ⅰ>은 국립창극단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완창 4시간의 수궁가를 100분으로 압축 각색하여 발표했다. 2022년 < 절창Ⅱ>는 국립창극단 민은경과 이소연이 입체창으로 각자의 주 전공인 춘향가와 적벽가를 중심으로 서로의 소리를 넘나들었다. 2023년 < 절창Ⅲ >는 이날치 국악밴드 소리꾼 안이호가 수궁가, 국립창극단 이광복은 심청가 주요 대목을 열창하며 원전 그대로 판소리의 본질을 오롯이 전했다.

 

 

2024년 5월 17일(금) 저녁 7시 30분과 18일(토) 오후 3시 두 차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 국립창극단 여창 조유아와 남창 김수인의 < 절창 Ⅳ >는 조유아의 김세종제 춘향가와 김수인의 동초제 춘향가가 어우러졌다. 국립창극단 조용수(고수), 최영훈(거문고), 황소라(가야금), 전계열(타악)와 국악연주그룹 공명의 박승원(스트링뱀부‧율기), 임용주(전자악기), 김효영(생황)의 악기 연주는 합체되어 소리가 악기의 선율에서 춤을 추고, 악기의 울음을 소리가 감싸며 절묘한 화음은 아름다웠다.

 

창극 판소리라는 동초(김연수)제 춘향가와 우아하고 기품 서린 김세종제 춘향가가 각자의 매력을 내뿜으면서도 우리 고유의 음악이자 고전문학이며 연극인 판소리가 품고 있는 특성과 소리(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발림(몸짓)을 섞어 풀어내는 절묘함이 공연 내내 환호와 박수로 가득 채웠다. 전통과 현대가 불편하지 않고 노년, 중년, 청년, 청소년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즐기며 유쾌한 감동을 나누었다.

 

통상 6시간 이상 소요되는 춘향가 완창의 주요 대목을 뽑아 100분 정도 소요할 수 있는 대목을 구성하고 춘향가 완창 시작과 끝의 순서를 떠나 < 절창 Ⅳ >에 맞게 각색하고 소리말도 현대적 감각을 살려 현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친숙하고 따뜻하게 와 닿도록 구성한 연출이 돋보였다. 이를 소화해낸 조유아와 김수인의 소리꾼으로서의 역량과 능력은 그 무한의 가치가 넘쳐났다.

 

 

초앞(조유아 김세종제) / 박석고개(김수인 동초제) / 금과 옥의 내력(조, 김) / 천자 뒤풀이(조유아, 김수인) / 이별가(조, 김) / 장원급제+어사발행(김, 동) / 쑥대머리(김, 동) / 어사방자상봉(김, 동) / 춘향편지(조유아, 김수인) / 긴사랑가(조유아, 김수인) / 짧은사랑가(조유아, 김수인) / 궁자노래(조유아, 김수인) / 신연맞이(조, 동초제) / 갈까부다(김, 김세종제) / 십장가(조유아, 김수인) / 옥중가(조, 김) / 어사출도(김, 동) / 어사수청분부(조, 김) / 어사춘향상봉 + 장모행사(조유아, 김수인) / 춘향추천(조유아, 김수인) ※ 조, 김 – 조유아 김세종제 / 김, 동 – 김수인 동초제

 

대목구성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독자들도 부족한 글로 현장 모습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필자의 행복을 이해할 것이다.

 

< 절창 Ⅳ > 2012년 KBS 국악대경연 판소리부문 장원 조유아는 1987년생 진도 출생으로 안애란 명창의 제자로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 졸업하고 2016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여 창극 <정년이> <코카서스의 백묵원> <우주소리> <베니스의 상인들> <귀토> <나무,물고기, 달> <춘향> <패왕별희> <홍보씨> <리어>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주역 및 개성 있는 역할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2022년 제30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일반부 최우수상 김수인은 1995년생 광주광역시 출생으로 김선이‧안숙선‧한승석 명창의 제자로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학사로 2020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여 창극 <몽룡> <리어> <베니스의 상인들> <귀토> <나무,물고기, 달> <패왕별희> <정년이> <심청가>와 <팬텀싱어 4> 출연하여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살짝 덜 익은 듯한 싱그러움이 넘치는 조유아의 우렁찬 소리에 아기자기한 성음의 변화를 더한 풍부한 감정표현은 관객의 마음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들었다 놓았다 하며 기쁨과 환희로 가득 채워주었다.

 

나이보다 더 감성이 실린 김수인의 묵직한 소리는 한편의 연극무대에서 보는 끈적끈적함으로 착 달라붙으며 창극의 생동감이 살아있는 듯 따뜻하게 다가서며 판소리에서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신선한 맛의 감동을 전해 주었다.

 

 

혼성 듀오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소리로도, 대화로도 척척 죽을 맞춰가며 능청스러운 몸짓을 섞어 각자의 재간을 뽐내면서 공연 내내 관객을 사로 잡아버린 < 절창 Ⅳ >의 두 주인공 조유아와 김수인은 판소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찬란한 보석으로 그 빛이 온 세상을 뒤덮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준 뜻 깊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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