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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 진도 신청(神廳) 복원 복구에 관하여

 

한마디 – 진도 신청(神廳) 복원 복구에 관하여

 

몇 년 전부터 진도에서 신청을 복원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신청에 관계되는 사람과 소속 집단의 일이라 그냥 흘려보냈다. 그런데 진도군이 주최하여 신청에 관한 포럼이 열렸다면 이건 사인들의 일이 아닌 공적인 일이며 진도군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필자는 관심을 갖고 견해를 밝힌다. 

 

2024년 5월 28일(화) 16시~18시 진도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진도군 주최, 진도학회 주관으로 2024년 진도학회 학술포럼 <탁월한 보편, 진도의 관마청과 신청으로부터>가 열렸다.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보려거든 눈을 들어 진도를 보라! 2013년 한국에서 최초로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진도의 위상을 보여주는 카피랄까. 위상에 걸맞게 진도에서 처음 시작한 것들이 많다. 국영목장을 관리하던 관마청과 예인들의 종합센터였던 신청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요건 중 으뜸으로 치는 것이 탁월한 보편이라는 개념이다. 유일하고 특별하기에 탁월함이요 인류 공생과 공영을 지향하기에 보편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옛 관마청의 흔적을 상고하고, 경기 재인청 및 나주 신청에 이은 진도신청 예인들의 족적을 면밀하게 더듬는 작업이 이를 말해줄 것이다. 변남주 교수는 지산면 관마리 소재 관마청의 내밀한 구석까지 파헤쳐 놀라운 결과를 제시한다. 윤종호 감독은 전남지역 사례를 비교 고찰하고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진도신청의 속살까지 분석하여 민속예술특구의 당위와 비전을 설파한다. 송기태 교수는 신청농악의 오밀조밀한 면모를 분석하여 진도민속예술의 특징을 재정립한다. 이윤선 회장은 탁월한 보편, 진도에서 처음 시작한 것들이라는 주제로, 진도아리랑, 진도상장례는 물론 서예라는 용어를 정립하였던 소전 손재형에 이르기까지 진도문화의 오롯한 지형을 해설한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관마청과 신청, 그 청사의 문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젖히고자 한다. 많은 참여 바란다. 


 

대문 글 내용이다. 내용을 보면 관마청(觀馬廳)과 신청(神廳)을 문화재 차원에서 복원하기 위한 학술포럼으로 요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의 모양새 같다. 하지만 관마청은 국가기관이며 신청은 우리 전통종교 무교(巫敎)의 기관으로 성격 자체가 다르며, 문화재로서 가치나 평가가 하나가 될 수 없는데, 묶어서 하나의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으며 글을 보아도 ‘신청농악·진도아리랑·진도상장례·서예·손재형’ 등 포럼 주제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신청농악’이라는 단어를 누가 탄생시켰는지 알 수 없으나, ‘꽹과리 · 징 · 장구 · 북 · 소고 · 태평소’ 등의 우리 전통 악기연주에 제의적 · 놀이적 · 군사적 · 노동적 · 음악적 · 무용적 · 연극적 공연요소가 더해진 민속연희로 ‘풍장 · 풍물 · 매구 · 걸궁 · 걸립 · 두레’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 ‘농악’을 무교의식에서는 행하지도 않는데 무교에 종사하는 악사들이 농악에 참여하였다고 하여 ‘신청농악’이라 표현하면 안 된다. 또한 이런 단어를 끌어다 ‘신청’을 대중을 위한 문화기관으로 오인하게 하여서는 더욱 안 된다. 

 

또한 포럼은 서로 상충되는 입장을 대표하는 토의 자들이 한 사람씩 발표하고, 청중과 토의 자가 서로 질의 응답하여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포럼은 상충되는 입장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또, 토의 자들의 주제 발표 후 시종 청중의 참여로 진행되고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표1: 진도신청 연구 - 윤종호(나주시립국악단 감독)
발표2: 조선시대 관마청의 실체 규명과 진도목장의 역사 - 변남주(전 국민대 교수)
발표3: 서남해 농악문화의 다양성과 진도 신청농악의 정체성 - 송기태(목포대 교수)
발표4: 탁월한 보편, 진도에서 처음 시작한 것들 - 이윤선(진도학회 회장)
종합토론 좌장: 박주언(전 진도문화원장)
토론: 김오현(전 진도군립예술단 감독), 설진석(진도문화원 이사) 외

 

발표자와 토론자들을 보면 상충되는 입장에서 논의하는 포럼의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한 주제를 놓고 하는 발표장 같다는 느낌이다. 더하여 왜? 무엇을 위해 이런 행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답을 정해 놓고 요식 행위로 하는 절차 중 하나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개인의 아집일까? 

 

진도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찾기 위한 학문을 연구하고 학술회의나 포럼, 심포지엄 같은 노력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진행되어야 하며 얻어진 결과에 대한 가치를 표현하고 형성화가 필요하다면 지자체와 정부 기관, 또는 후원자나 후원단체들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공과 사는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하며 학문과 현실과의 괴리, 공익의 가치를 세심하며 통찰력 있게 따져 보아야 한다. 관마청은 공적인 일이며 신청은 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는 신청에 대하여 좀 더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신청(神廳)의 사전적 풀이는 ① 무당이 도를 닦는 곳. ② 전라도와 경상도에 있던 무당과 악공의 연합 단체. 또는 그 단체의 사무실이다. ①을 풀이하면 무당은 불교의 스님, 천주교의 신부, 기독교의 목사와 같은 우리전통 종교 무교(巫敎)의 지도자이며 이들이 자기 종교 신도들과 함께 종교집회를 하는 사찰, 성당, 교회인 것처럼 무당에게는 신청이 이에 해당한다. ②는 ①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업무를 위한 사무실이며 준비를 위한 공간이다.

 

또한 2011년 발행한 <큰무당을 위한 넋굿>에 이경엽 교수가 쓴 글에  따르면 신청은 무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무부들의 조직체로 세금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거나 무업 관련 규율을 정해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와 같이 신청은 무교의 예배 장소이며 예배에 필요한 의식을 위해 악(樂)·가(歌)·무(舞)를 수련(修練)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즉 무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종교시설이며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일반인들의 보편타당한 공익을 위한 시설이 결코 아니다.

 

무교는 이 땅의 시원적(始原的) 종교이지만 동양 가르침 중 가장 배타적인 면이 강한 주자학이 고려 말 안향(安珦)에 의해 이 땅에 들어와 새 왕조 조선의 국시(國是)가 되면서 사대부 같은 기득권 세력들이 무교를 폄하하고 현대에 와서는 자칭 고등종교인 거대한 기성종교가 편향된 자기들 시각에서 개인을 위한 구복적인 요소밖에 없다는 이유로 미신으로 전락시켰다.
 
이와 같이 우리가 자신들의 근본 신앙인 무교를 부정하였고, 점점 퇴화되어 종교로서 의미는 거의 사라지고 종교의식에서 사용되던 악가무만 공연예술로 남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우리 전통예술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진도 씻김굿도 무교 중 하나의 갈래이지만 국가무형유산으로 (사)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보존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받아 보존에 힘쓰고 있다. 

 

2008 진도문화원 발행 <진도문화관광 해설백과>에 따르면, 진도읍성 남문 동쪽에 시장이 있었고 시장에서 큰 샘 거리에 이르는 일대에 성안 관청 일을 돕던 노비들과 무당 및 악공들 집 20여 채가 있었다. 이 무촌의 중심 43-7번지에 갑오경장 당시까지 장악청(掌樂廳)이라 이르던 악공들의 연습장이 있다가 뒷날 신청(神廳)으로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진도 신청에 관한 학문적 연구는 필요하나 신청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은 무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사적 시설이므로 이들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나서서 신청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의 혈세를 생각 없이 낭비하는 것이며 불교·천주교·기독교 등과 같은 타 종교와 비교해서도 형평성에 어긋나고 타종교와의 분란을 자청하여 발생시키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접목시킨다 하여도 진도 신청에 의미를 두고 있는 국가무형유산은 ‘진도씻김굿’으로 무교로서 기능보다는 공연예술로 보존되고 있기에 여기에서 명분을 찾아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진도 신청을 건립하고 관리를 지원한다면 더욱 더 잘못된 행정이다.

 

신청 건립이 아닌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보전을 위해 (사)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보존회 전수회관 건립을 위한 지원을 한다면 국가문화유산을 위한 행위이므로 대외적으로 명분을 세울 수 있으며 진도가 보유하고 있는 국가무형유산을 위한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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