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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질병, 프로폴리스가 필요하다

싹싹 끍어가는 프로폴리스가 벌에게 질병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다양한 숲이 많은 프로폴리스를 가져올 수 있다

 

경북 의성에 있는 벌을 보러 왔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벌 60통이 다 죽었는데, 경북 의성 과수원에는 작년 9월에 한 번 보고 올해 4월에 처음 열어봤는데 다 살아 있어서 그냥 여기서 양봉을 할까 싶어서 요즘은 2, 3주에 한 번씩 옵니다. 지난번에 와서 두 통을 분봉했고, 오늘도 두 통을 분봉할 계획입니다.

 

여기는 곳곳이 사과밭이라 농약 살포가 심하지만 사과밭과 사백 미터쯤 떨어져 있고, 벌 소문 방향이 산이라 큰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여태 벌통에 한 번도 약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잘 자라서 저도 신통방통합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양봉할 때는 주말마다 속살만 치고, 개미산하고, 왕스 넣고 난리를 쳤는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넣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왕대를 만들거나 구입해서 넣어줘야 하는데,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변성왕대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분봉할 때 봉판과 알판 한 장을 넣어주고 2주 뒤에 열어보면 변성왕대가 만들어지고, 그중 제일 튼실한 놈을 남기고는 다 제거해줍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여왕벌이 작년에도 끄떡없이 잘 자랐고 또 벌들이 여왕벌을 안 받아줘서 골치를 앓는데,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 변성왕대를 만듭니다. 그리고 벌통을 늘려야 해서 꿀은 따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광주와 달리 여기 경북 의성에서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프로폴리스입니다. 일명 봉교라고도 합니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벌 키울 때는 프로폴리스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는 2, 3주에 한 번씩 봐서 그런지 엄청나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거의 땅콩 잼 수준입니다. 이게 벌통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제 예상으로는 우리가 응애나 진드기를 잡기 위해 넣어주는 왕스, 속살만, 개미산보다 월등히 낫다고 봅니다. 잘 안 모여서 그렇지 프로폴리스를 다량 확보만 할 수 있다면, 또 그런 양봉장이라면 벌을 아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 듯싶습니다. 섣부른 생각일 수 있지만 이곳 경북 의성에서 새롭게 경험한 일이니 제가 좀 놀라서 드리는 말입니다.

 

사실 경기도 광주에서 60통이나 되는 벌을 키우다 보니 주말마다 벌통을 열어봤고, 세력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 통 저 통 벌통을 열어봤습니다. 진드기, 응애를 잡기 위해서 약제 처리하기 위해서도 벌통을 열어봤고, 집단으로, 한쪽 방향 대량 양봉을 하다 보니 응애란 놈이 이 통에서 나와서 저 통으로 들어가니까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여기는 산골짜기이고, 주변에 사과 과수원이 많아서인지 아무도 양봉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몇 통 되지 않는 이 벌들이 이 골짜기에 독점으로 프로폴리스를 가져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벌통을 열어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데, 진짜 프로폴리스가 많습니다. 어떤 특정 나무에 프로폴리스가 많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프로폴리스가 많다 보니 벌통을 처음 열어보면 냄새가 다릅니다. 짙은 한약 냄새 같기도 한 것이 확 풍깁니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기후 변화로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창궐하는지 벌들이 나름대로 그것을 퇴치하고 내성을 길러줄 치료제를 자연에서 가져오는 모양입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바로는 특정 꽃과 특정 식물의 새싹을 벌의 타액과 혼합해서 프로폴리스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는 항박테리아, 항바이러스, 항진균, 항염증, 항종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벌이 화분과 꿀을 가져오는 건 맞습니다. 그리고 프로폴리스도 가지고 오는데, 이 프로폴리스 성분이 지역마다 다르고, 계절, 날씨, 그리고 벌통 내부의 병충해로 인한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서도 벌이 스스로 새로운 치료제를 자연에서 가지고 온다고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물론 제 개인의 설익은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이 벌통들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벌이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으로 효과가 높은 약제를 구했고, 그것이 프로폴리스라고 본다면 프로폴리스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양봉장을 옮겨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또 대량의 벌통을 일자로 줄지어놓고 하는 지금의 양봉 형태에 작은 변화를 줄 시점 역시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산림청과 많은 기관이 벌이 사라지는 이유, 즉 벌통 폐사의 원인이 밀원수 부족 때문이라고 해서 이들이 의기투합해서 양봉 목장을 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쿠키 뉴스와 어떤 국회의원, 양봉협회 등 사람들이 나와서 공청회도 했습니다. 양봉가 밀도가 높다고 야단들이더니 이제 벌 폐사의 원인이 밀원수 부족이라니 기가 딱 찹니다.

 

여러분들은 양봉 목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저에게 임야 2만 평을 주고 밀원수를 심으라고 하면 하겠지만 산주들과 기관들이 합심해서 밀원수를 심고 이후 양봉가들에게 어떻게 개방할 건지. 또는 임야 구입비로 양봉가들에게 대출을 해 줄 건지, 아니면 산 주인들이 고맙게도 여기저기 밀원수를 심어놨으니 양봉가들은 그냥 벌만 잘 키우라는 건지, 왜들 이러는지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산에 밀원수를 가득 채운다면 꿀은 많이 딸 수 있겠지만 이런 프로폴리스를 획득하는데는 전혀 좋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또 양봉가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 정책이 어쩌면 임야에 밀원수 심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벌은 양봉가들이 잃고 외양간은 산림청이나 넓은 임야를 가진 분들이 고칠 형편입니다. 큰 양봉질병연구소를 짓거나 전국양봉지도를 만들어서 서로서로 약제 처리 시기와 방제 약제의 종류를 조율하거나 이동 양봉시 적절하게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해야지, 갑자기 양봉 목장이 양봉계 이슈가 되니 좀 어리둥절합니다.

 

갑자기 벌이 많이 죽고 나니까 묵은 소비가 처치 곤란입니다. 이걸 다시 사용하자니 소비에 묻어 있을 농약들이 걱정이고 해서, 지난번에 왔을 때 소초광으로 다 넣어줬습니다. 꿀로 소비 짓는 게 아깝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이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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